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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내 집 준다더니 땅 뺏어갔다"…광명 너부대의 '공공판 양두구육'

뉴욕시티앤방송, 전국기자협회, 세계타임즈, 한국도시정비신문 공동취재

국용호 | 기사입력 2026/04/27 [10:10]

[탐사기획] "내 집 준다더니 땅 뺏어갔다"…광명 너부대의 '공공판 양두구육'

뉴욕시티앤방송, 전국기자협회, 세계타임즈, 한국도시정비신문 공동취재

국용호 | 입력 : 2026/04/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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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 약속이 '현금 청산'의 덫이 되기까지

 

2018년 초, 광명 너부대 마을 주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약속에 환호했습니다. "원주민의 재정착을 돕고, 무허가 건축물 거주자에게도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수십 년간 낙후된 지역에서 버텨온 이들에게 국가가 내민 따뜻한 손길이었습니다.

 

그러나 4년 뒤, 그 손길은 주민들의 목을 죄는 '수용재결'의 칼날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본지는 광명 너부대 도시재생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적 기망'의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사건의 재구성: 사라진 재공청회, 변질된 사업구조

 

도시재생법의 핵심은 '함께 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부대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그 뿌리가 뒤흔들렸습니다. 2018.1.주민공청회 당시 LH와 광명시는 분명히 무허가 건물 대책과 임대주택 공급을 언급했습니다. 주민들은 이 약속을 믿고 사업에 동의했습니다. 

 

2021.10. 사업 승인 과정에서 임대주택 제공 기대는 약화되었고, 결정적으로 2021년 주민재동의없이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 고시'가 이뤄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의 상실입니다. 사업의 핵심 구조(현금 청산 중심)가 바뀌었다면 당연히 주민들에게 다시 묻는 '재공청회'나 '재동의' 절차가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행정은 고시라는 종이 한 장으로 주민의 입을 막았습니다.

 

구조적 모순: 책임은 '다단계', 피해는 '직거래'

 

국토부-LH-광명시로 이어지는 다단계 사업 구조는 책임 회피의 완벽한 요새였습니다. 

 

광명시는 사업 주체이면서도 수용재결 과정에서는 LH에 대리권을 부여하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시장이 공언했던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약속은 행정적 책임이 없는 '정치적 수사'로 전락했습니다.

 

LH는 사업 효율성을 명분으로 수용 절차를 강행했습니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윤리적 책임보다는 토지 확보라는 실무적 성과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2022년  결국 21명의 주민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기계적인 행정 절차는 21억여 원의 보상금 결정을 내리며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법적·제도적 진단: 헌법이 보장한 '신뢰'는 어디에 있는가?

 

이 사건은 단순한 보상금 분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헌법과 행정법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입니다.

 

행정청이 주민에게 공적인 견해(임대주택 제공 등)를 표명하고 주민이 이를 신뢰하여 행동했음에도, 이를 뒤집어 주민의 이익을 침해한 것은 명백한 행정법상 원칙 위반입니다.

 

이사건은 헌법 제23조의 형해화

 

'정당한 보상'은 단순히 시세에 맞춘 금액이 아니라, 이전과 동등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권 보장'을 의미합니다. 삶터에서 쫓겨나는 현금 청산은 주민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습니다.

 

사회적 함의: 공공이 '기망'을 선택할 때 벌어지는 일

 

국민이 국가를 믿지 못하는 사회는 존립할 수 없습니다. 너부대 사례는 전국의 도시재생사업지에 위험한 신호를 보냅니다. "국가의 약속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믿지 마라"는 학습효과를 주는 셈입니다. 이는 공공사업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폭증시키고, 국가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제언: '행정의 얼굴'을 되찾아야 한다

 

공동취재팀의 탐사 결과, 너부대 사안의 해결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사업 내용의 중대한 변경 시 반드시 주민 과반 이상의 재동의를 얻도록 법제화해야 합니다.

지자체와 시행사(LH 등) 간의 책임 전가를 막기 위한 '공동책임제'를 도입하여, 행정의 연속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도시재생사업은 단순 토지 수용이 아닌 '원주민 재정착률'을 사업 성공의 핵심 지표로 관리해야 합니다.

 

[편집자 주]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광명 너부대에서 벌어진 일은 '행정'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아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눈물 섞인 재결서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무너진 공공 신뢰의 보고서입니다. 정부와 광명시는 이제라도 '법대로'라는 말 뒤에 숨지 말고, 당초 약속했던 '사람 중심의 재생'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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